누군가 내 코드를 베꼈다

정확히는 누군가가 내 과제를 베꼈다
 
https://claremont.tistory.com/category/Computer%20Science/%EC%95%8C%EA%B3%A0%EB%A6%AC%EC%A6%98

'Computer Science/알고리즘' 카테고리의 글 목록

 
지난 여름방학때 나는 알고리즘 수업 예습을 위해 미리 교안과 실습문제, 과제 파일을 받아 공부를 다 끝내놓았다. 그리고 개강 후 첫 과제 제출이 있었는데 여기서 나는 0점을 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코드는 완벽했다. 그러다 문득, 이전에 올라왔었던 공지사항이 떠올랐다.

집현캠퍼스 알고리즘 수업 공지사항

 
설마 이것때문인가 하고 TA 조교님께 바로 메일을 보내봤다
 

조교님의 갑분 위로의 칭찬..? 감사합니다

 
역시.. 맞았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https://claremont.tistory.com/entry/%EC%95%8C%EA%B3%A0%EB%A6%AC%EC%A6%98-ep1-4-On-klogn%EC%9D%98-%ED%9E%99%EC%A0%95%EB%A0%AC

[알고리즘] ep1-4+) O(n + klog(n))의 힙정렬

이 글을 보고 나의 코드를 베낀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떻게 내 기술블로그로 유입이 되었을까 한 번 가능성 있는 경로를 모두 추적해 보았다.
 
가능성 1. 구글 검색
내 블로그의 다른 항목의 글들은 구글에서의 SEO가 꽤 괜찮다. 하지만 알고리즘 탭과 관련된 나의 블로그 글은 구글에서의 SEO가 그리 좋지 못하다
구글로 힙정렬 개념 or 힙정렬 과제를 검색하는데 나의 블로그 글에 들어올 확률? 솔직히 그렇게 높지는 않다
차라리 내 블로그 글을 둘러보다가 알고리즘 탭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더 높다
 
 
가능성 2. 다음 검색
티스토리는 카카오 회사여서 다음에서의 내 블로그 글은 SEO가 굉장히 좋다
그래서 검색을 통해 들어올 가능성은 높지만 20대 초중반 대학생이 다음 검색 엔진을 이용한다..?
솔직히 희박하다
 
 
가능성 3. 빙 검색
빙에서의 SEO는 내 블로그가 괜찮지만, 한국사람이 빙 검색 엔진을 사용한다...?
일단 내 주위는 한 명도 없다
 
 
가능성 4. 네이버 검색
티스토리 블로그는 네이버 검색 노출에 그냥 전멸이라 생각하면 된다
물론 SEO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 블로그 알고리즘 탭은 전혀 기대하면 안 된다
그냥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가능성 5. 깃허브 유입
내 깃허브에는 알고리즘 예습 목적의 레포지토리가 있다
https://github.com/imclaremont/SejongUniversity_Algorithm

GitHub - imclaremont/SejongUniversity_Algorithm: 2024-2 알고리즘 수업 대비

알고리즘 개념과는 관련 없지만, 학교 실습문제에 대한 코드를 저장하는 용도로 활용하는데 여기 README.md 에는 나의 기술블로그 링크가 있다
 
이게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다. 우선, 컴공 쪽 학생이라면 본인의 과제나 프로젝트에 대한 레포지토리를 깃허브에 검색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고, 찾아보니 깃허브에 세종대 알고리즘 수업에 대한 레포지토리 또한 그렇게 많지가 않다.
 
 
가능성 6. 인스타그램 링크 유입
내 프로필 소개란에는 기술블로그 링크가 걸려있다
하지만 나는 알고리즘 수업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아예 모르는 제3자가 내 프로필에 있는 기술블로그 링크를 들어가서 알고리즘 탭에 있는 내 코드를 베낄 확률?
매우 매우 희박하다
 
 
정리를 하면, 내 기술블로그 글에 유입이 되는 케이스를 생각했을 때 경우의 수는 6가지가 있다. 그리고 그중에 5번째인 깃허브를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교수님의 답장

 

나의 답장

 
 
과제는 결국 0점 처리가 되었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분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개발 쪽 세계에는 정말 다양하고 많은 매력요소들이 있지만, 그중에서의 으뜸은 당연 "공유하며 서로 성장하는 문화"라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와 마인드 덕분에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오픈소스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애초에 이 블로그의 운영 목적이 누군가가 내 블로그를 보며 정보를 얻고 생각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다르다. 과제를 그대로 베껴서 낸다는 건 실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며, 원작자에 대한 예의 또한 아니라 생각한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블로그를 비공개 처리할까, 아니면 스크랩을 못 하게 마우스 우클릭을 플러그인으로 막을까, 아니면 코드를 다 빼버릴까, ... 등등 많은 생각들을 했지만 모두 나의 철학과는 다르기에 생각을 멈췄다. 또한 세상이 진짜 좁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번 일로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었다.
뭔가 바꿔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번 일은 나에게 있어 재밌는 일인 것 같다 :D